섬을 빠져 나온 후 멍한 표정을 짓다 혼자 얼굴이 빨개졌다 하는 블리스의 모습에 에단은 가슴이 답답했다. 그에 반해 항해는 더할 나위 없이 순조로워서 출발한 지 이틀 만에 바빌로니아에 도착했다. |
허름하면서 지극히 평범한 술집. 실상은 온갖 뒷거래가 오가는 곳이기도 한 그곳에 커다란 배낭을 맨 여행자가 들어왔다. 이 또한 매우 일상적이기에 아무도 눈여겨 보지 않았다. |
드레이크는 가게 안을 둘러본 후 바텐더의 안내를 받아 안쪽 구석방으로 들어갔다. 술집 안쪽 구석방에는 그와 거래하기 위해 사람들이 기다리고 있었다. |
잠시 후 쿵 !! 으악!! 퍽!! 요란한 소리가 난 후 드레이크는 처음 들어간 그 모습 그대로 방안을 나와 바텐더에게 돈을 던져주며 자리에 앉았다. |
"쯧~ 누굴 속이려 드는 거야. 평소 마시던 걸로 한잔 주게. 나머지는 수리비로 사용하고" |
사람들은 그를 돈에 미친 보물 사냥꾼으로 여기고 있지만 그에겐 말못할 비밀이 있었다. |
그는 라플란드의 황제 알렉산드르 12세와 황후 엘리자베스의 유일한 아들로, 이름은 프란시스 드레이크 알렉산드로 13세이며 태어나자마자 황태자가 되었다. |
황제는 프란시스를 매우 엄격하게 교육을 시켰지만, 자애로운 황후와 마찬가지로 아들을 마음 속 깊이 사랑하였다. 그러던 어느 날 건강했던 황제가 갑자기 시름 시름 앓더니 죽고 말았다. 프란시스 나이 15세가 되던 해의 일이었다. |
갑작스런 황제의 죽음에 다들 슬퍼하던 차에 흉흉한 소문이 나라를 발칵 뒤집어 놓았는데, 소문은 황제와 황태자의 불화설에 이어 황태자의 지시로 독을 탔다는 하녀가 등장했다 까지 이어졌다. |
이 모든 음모는 호시탐탐 황제의 자리를 노리고 있었던 재상과 그의 딸이자 제1후궁 라니아의 합작이었다. 그들은 황태자파가 손을 쓸 새도 없이 치밀하고 재빠르게 황태자를 황제 시해범으로 몰아세웠다. |
노련한 재상을 상대하기엔 많이 미숙한 황태자는 결국 죄를 뒤집어 쓰고 유배를 떠났는데 그곳에서 독살당하고 말았다. 아들의 죽음 소식을 듣자 살아갈 희망을 잃은 황후는 자살로 생을 마감하였다. 황제는 선견지명이 있었던 것일까? 황태자는 어릴 때부터 여러 가지 영약과 함께 독약을 조금씩 복용하면서 독에 대한 내성을 키워 왔었다. 그로 인해 유배지에서 가까스로 살아남은 그는 이름을 드레이크로 바꾸고, 후일을 기약하며 라플란드를 떠났다. |
이후 그는 살아 남기 위해 선원, 목수, 장사꾼 등 온갖 험한 일을 하다가 20세가 되던 해에 한 아이의 아버지가 되었으며, 어린 아내와 사랑스러운 딸을 위해 열심히 일한 결과 어느덧 부유한 상인이 되어 있었다. |
천재적인 두뇌와 어릴 적부터 황태자로써 다양한 교육을 받아왔던 드레이크, 거기에 많은 직업을 전전하며 수 많은 사람들을 만나 오면서 생겨난 처세술과 사교성은 그를 큰 부자로 만드는데 밑거름이 되었다. |
그의 나이 26세가 되던 해 라플란드의 재상이 죽고 제1후궁이었던 라니아가 여왕으로 등극했다는 소식을 듣게 된 드레이크. |
때가 왔음을 느낀 그는 우선 상단의 대표자리를 그의 오른팔에게 맡긴 후 상단의 배후에 그가 있음을 사람들이 눈치채지 못하도록 조직을 재정비 했다. 이후 짐을 꾸려 자신이 숨겨두었던 왕권의 힘을 상징하는 [페어리 스톤]을 찾으러 라플란드로 떠났다. |
[페어리 스톤]은 초대 왕이었던 알렉산드로 1세가 요정의 여왕으로부터 화친의 약속으로 받은 것으로 대대로 왕가의 가보로 이어져 왔다. 그리고 왕가에서는 요정의 여왕과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 라플란드 북서쪽에 있는 여왕의 숲이 훼손되지 않도록 힘써왔다. 황제가 죽기 전 사람들 몰래 자신에게 물러주었던 [페어리 스톤]을 그는 여왕의 숲에 있는 커다란 나무 밑에 숨겨 놓았었다. 나중에 다시 돌아왔을 때 [페어리 스톤]을 갖고 있어야 그가 정통 후계자임을 주장할 수 있기 때문에 그에게는 꼭 필요했다. |
"없다. 없어.. 이럴 수가" 그는 라플란드에 도착하자마자 여왕의 숲으로 보석을 찾으러 갔지만 보석은 어디에도 없었다. |
설상가상 성지로 여겨졌던 여왕의 숲은 여기저기 훼손되어 있었으며, 출입금지 구역으로 정해져 군인들이 지키고 있었다. 결국 군인들에게 잡혀 감옥에 갇힌 드레이크는 큰 돈을 들여 감옥에서 탈출 할 수 있었지만 그의 정체는 곧 여왕에게 발각되고 말았다. 집으로 돌아온 그는 가족들의 안전을 위해 재빨리 가족들과 바빌로니아를 떠나 동쪽으로 향했다. |
테베를 지나 도착한 곳은 외진 바닷가 마을인[바람 부는 언덕]이었다. 그 곳에 조그마한 여관을 구매한 후 아내와 아이를 남겨두고 [페어리 스톤]을 찾기 위한 여행을 시작하였다. 여행을 하다 가족이 몹시도 그리워지면 변장을 하고 손님인 척 하면서 가족들을 몰래 만나러 갔다. |
한편 [페어리 스톤]을 찾아 다니면서 어느새 제법 유명한 보물 사냥꾼이 된 드레이크. 드디어 그 보석의 행방을 알게 되어 찾으러 가던 중 베인을 만나 죽을 위기에 처하게 되지만, 운이 좋게도 베네치아의 상선에 구출된 후 알베르토에게 치료를 받아 목숨을 건질 수 있었다. |
몸이 회복되자 보석이 있다는 테베에 갔지만 허탕을 친 후 바빌로니아로 돌아온 드레이크는 오랜만에 산더미 같은 서류에 휩싸여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었다. 그러던 어느 날 그에게 긴급한 소식 두 가지가 동시에 전달되었다. |
첫 번째는 라플란드에 내전이 발생했고, 반란군을 제압하다가 라니아의 아들인 황태자가 사망했다고 한다. 두 번째는 오마르로부터 보내진 정보였는데 자신의 딸 블리스에 대한 내용이었다. 편지의 내용은 블리스의 아름다움, 바른 성품 등을 칭찬하는 글과 함께 그녀가 바빌로니아로 떠났다는 거였다. |
편지를 읽고 난 후 드레이크의 기분은 들뜨기도 했지만 딸아이가 자신을 원망하지 않을까 하는 두려움이 생겨났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서 빨리 무사히 도착하기를 마음속으로 빌었다. "이제는 더 이상 가족과 헤어지는 어리석은 선택은 하지 않겠다." |
도착예정보다 한참을 지나도 블리스가 오지 않아 온갖 걱정을 하느라 업무에 집중하지 못하고 있는 드레이크에게 갑자기 손님이 찾아왔다는 전갈이 왔다. 응접실에 도착하자 화려한 의상을 입은 손님이 요염한 미소를 지으며 드레이크에게 다가와 인사했다. |
"안녕하세요. 제 이름은 파멜라에요." |
"당신의 딸 이름은 블리스라지요? 참 끈질긴 인연이네요. 블리스와는 예전에도 만난 적이 있었답니다. 안타깝지만 부녀상봉은 라플란드에서 해야겠네요. 지금쯤이면 라플란드에 거의 도착했을 거 같네요. 그리고 전 여왕의 심부름꾼에 불과하니 저를 너무 미워하지 말아주세요. 혹시 위로가 필요하시면 라플란드로 떠나기 전에 연락 주세요." |
파멜라가 떠난 후 드레이크는 충격적인 소식에 온몸을 부들부들 떨면서 노기에 휩싸였지만 곧 정신을 가다듬었다. |
"이제부터 전면전이다. 진짜 살아있는 악몽이 무엇인지 보여주겠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