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리스 일행은 바빌로니아로 항해 하던 중 거센 바람과 높은 파도에 휩쓸려 다들 정신을 잃고 쓰러졌다.


이후 폭풍이 잠잠해지고 정신을 차린 그들은 파손된 배를 수리하고자 가까운 섬으로 향했다.









맑고 깨끗한 해변에 도착해 한숨을 돌리고 있는데 풀숲에서 갑자기 창을 들고 나타난 원주민들.


그들의 공격에 지쳐있었던 블리스 일행은 제대로 싸우지도 못하고 사로잡혀 버렸다.


하룻밤이 지나자 그들은 온 몸이 묶인 채 왕 앞으로 끌려 나갔다.







왕은 오만한 표정으로 일행들을 흩어보더니 "모두 재물로 바쳐라"

그 한마디에 낌새가 좋지 않음을 느낀 블리스는 큰소리로 "제발 우리를 살려주세요."라고 외쳤다.






왕은 블리스 앞으로 와서 그녀의 얼굴을 뚫어지게 살펴보더니 갑자기 가슴을 움켜쥐었다.






"여자였군. 이 여자는 내 처소로 데려가라."


왕의 거친 행동에 블리스는 신음을 삼키고 에단은 왕을 공격하려 했지만 부하들에 의해 제지 당했다.


블리스는 왕의 처소로 끌려가고 나머지 일행들은 다시 감옥으로 보내졌다.








팔콘은 강력한 지도자이자 전사로써 백성들로부터 지지를 받아왔으며, 


이웃나라들은 앞다투어 그에게 진귀한 보석과 함께 친선을 위해 공주들을 바쳐왔다.


그로 인해 지금까지 총 12명의 부인이 있었는데 최근 2명이 죽었고,


나머지 부인들 중 일부가 병을 앓고 있었다.







재앙은 어느 날 갑자기 발생했다.

수 많은 백성들이 사악한 병에 걸려 구토와 설사를 반복하다 며칠 만에 죽어 나갔다.






주술사는 "마신의 노여움을 풀어야 이 재앙이 사그라질 것입니다." 라며

만월이 뜨는 날 살아있는 인간을 제물로 바쳐 제를 올려야 한다고 했다.






마침 적당한 제물도 나타난데다가 새로운 부인을 맞이할 생각에 팔콘은 오랜만에 기분이 좋아졌다.






새끼 고양이 같은 블리스는 팔콘에게 있어서 꽤 신선했다.


순종적인 부인들과 달리 자신에게 반항하는 블리스는 그에게 정복욕구를 일으켰다.


블리스를 곧바로 부인으로 맞이하고 싶었지만 혹시 병에 걸렸을지도 모르기 때문에


팔콘은 그녀를 일정기간 지켜보기로 했다.







한편 감옥에 갇힌 일행들은 한두 명씩 구토와 설사를 하기 시작했다.


알베르토는 환자들을 살펴보면서 병의 원인을 알게 되자 간수에게 자신을 풀어달라고 요청했다.


"저는 이 병을 고칠 수 있는 의사입니다. 우리를 제물로 사용한다고 했는데 우리가 죽으면 소용없지 않나요?"







간수는 처음에는 무시하다가 몇명이 죽어나가자 그의 말대로 제물이 죽어버리면 자신이 곤란할 것 같아


속는 셈 치고 감시하는 부하를 딸려서 알베르토를 풀어주었다.


그러면서 한편으로는 그의 말이 사실이기를 바랬다.


알베르토는 먼저 오염된 식수가 아닌 깨끗하게 끓인 물로 환자들이 탈수가 되지 않도록 보살폈다.


음식들은 모두 익히게 하고 감옥의 환경개선을 요청했다.


이후 여기저기 약재를 찾으러 다니다가 바닷가 바위 틈새에서 원하는 식물을 발견하게 되었다.


유독성 식물이지만 노련한 알베르토에게는 훌륭한 약재이기도 한 식물.


며칠 후 감옥 안의 환자들뿐 아니라 입 소문으로 알베르토에게 치료법과 약을 받아간 사람들은 병이 낫기 시작했다


그들에게 호의적으로 바뀐 간수장에 의해 그간의 사정을 알게 된 에단과 알베르토는


왕을 만나게 해달라며 여러 번 요청했지만 묵살되었다.


주술사가 자신의 입지가 흔들릴 까봐 그들을 왕과 만나지 못하도록 손을 쓴 것이었다.







시간이 흘러 뜨거운 태양은 지고 만월의 밤이 시작되었다.


둥~둥~둥~둥


시작을 알리는 북소리와 함께 에단과 알베르토 그리고 선원들은 줄에 꽁꽁 묶인 채 제단으로 향했다.


주술사는 요란한 몸짓과 알 수 없는 말을 읊조리며 제를 올리기 시작했다.







이윽고 왕을 발견한 알베르토는 왕에게 소리쳤다.


"우리는 이 재앙을 물리칠 수 있습니다."


그 말에 주술사는 망나니에게 서둘려 그들을 죽이라고 명령하였다.


칼이 에단의 목을 향해 휘둘려 지던 차에 왕이 손을 들자 칼은 재빨리 거두어졌다.







"어떻게 재앙을 물리칠 수 있느냐?"


왕의 말에 기대에 찬 알베르토는 차분하게 그 동안의 이야기들을 설명했다.







설명이 끝나자 왕은 증인들을 데려오라고 시켰다.


이에 간수장은 그간 알베르토의 도움을 받아 살아난 사람들을 데려왔고,


그들은 한결같이 알베르토의 말이 사실이며 그를 죽이지 말고 아직 남아 있는 환자들을 돌보게 해달라며


왕에게 간청했다.







이에 격분한 주술사는 저들은 사기꾼에게 속은 어리석은 백성이며,

만월인 오늘 밤 제물을 바쳐야 재앙이 사라지니 왕에게 현명한 선택을 하라고 하소연 하기 시작했다.






깊이 생각에 들어간 팔콘.


다들 침묵 속에 그의 결정이 내려지길 기다리고 있었다.







이윽고 왕은


"저자는 풀어주고 나머지는 다시 감옥에 가둬라. 우선 내 부인들의 병을 고치거라. 


너의 말이 거짓임이 들통나면 그때는 너를 천천히 고통스럽게 죽일 것이다."







그로부터 며칠 후


알베르토의 극진한 치료를 받은 부인들이 건강해지자 왕은 아픈 백성들 또한 돌보라고 지시를 내렸다.







이후 전염병이 사그라지자 왕은 그에게 떠나지 말고 자기 곁에 머물기를 청했다.






그러자 알베르토는


"왕께서 제가 머물기를 허락하신다면 부족하지만 성심 성의껏 왕을 돕도록 하겠습니다.


그런데 한가지 청이 있습니다. 나의 일행들을 이 곳에서 떠나게 해주십시오. 


특히 블리스는 더더욱 이 곳에 있으면 안됩니다. 


여행의 목적이 바로 블리스의 아버지를 찾기 위함이니까요.


그런데 블리스가 이곳에 있다면 모두 목동을 잃은 양떼에 불과합니다."







왕은 블리스를 떠나 보내는 것이 매우 아쉬웠지만 눈앞의 인재를 놓치는 어리석은 왕이 되고 싶지는 않았다.






이별을 앞두고 왕은 블리스에게 달콤한 말을 속삭이며 그녀에게 원하는게 있다면 말하라고 했다.







그러자 블리스는 아버지의 항해일지에서 보았던 문양과 비슷하게 생긴 그의 목에 있는 보석이 갖고 싶다고 말했다.






"아버지를 찾고 나면 나에게 돌아오거라. 이건 나의 마음을 너에게 주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