힘들게 테베의 북부에 도착했지만 이미 떠나고 없는 블리스 아버지.

망연자실 이제는 어디로 가야 하나 주저 앉아 있는데 블리스 일행에게 어떤 소년이 와서 노래를 부르기 시작했다.
노래가 끝나자 알베르토는 노래를 누구한테 배웠는지 물었다.

소년의 설명에 알베르토는 얼굴이 환해지면서 노래를 다시 부르게 한 후 메모하기 시작했다.
의아한 블리스와 에단의 질문에 알베르토는 블리스 아버지가 남긴 메세지 라며 그들이 갈 목적지가 노랫말에 있다고 했다.
또한 자기와 함께 있을 때 종종 흥얼거려서 멜로디가 조금 익숙했었다고 했다.


그들의 목적지는 보스라에 있는 그림자 계곡이었다.

테베와 이웃한 보스라는 오랜 내전의 상처가 아직 아물지 않아 사회적, 정치적 긴장이 극심했다.

보스라까지 순항한 블리스 일행은 곧바로 그림자 계곡으로 가기 위해 가이드를 찾았지만 선뜻 나서는 이가 없었다.
대부분 일찍 죽기 싫다며 거절할 뿐 이었다.

결국 거금을 들여 겨우 구한 가이드는 나이가 많은 수다쟁이 할아버지였다. 







"요즘 젊은것들은 너무 몸을 사려 쯧쯧"

"뭐 덕분에 나한테까지 차례가 왔지만 말이야. 클클"


험한 산길로 안내하면서 할아버지는 쉴새 없이 자신이 알고 있는 많은 것들을 블리스에게 들려주었다.






그림자 계곡은 젊고 무위가 뛰어난 자들만 선별이 되어 들어갈 수 있으며,
암살자 집단에 의해 만들어진 낙원 같은 곳이라고 한다.

" 그 곳에 가면 꽃들이 만발한 아름다운 계곡에서 포도주와 꿀이 흐르고 고기며 과일들을 마음껏 먹을 수 있지.
 거기에다가 절세의 미녀들이 있는 궁전에서 꿈 같은 나날을 보낼 수 있다니 얼마나 좋아."






" 거기에서 즐겁게 지냈던 청년들은 다시 낙원으로 가고 싶어 그들이 시키는 대로 암살자가 되는 거지."

" 그런데 그것도 옛날 이야기가 되어 버렸어. 
  몇 년 전에 암살자 교단에 내부갈등이 있었는데,
그 일로 인해 새로 등극한 국왕에 의해 성채가 함락되어 버렸거든
 이후 암살교단의 신도들은 테베나 바빌로니아 등지로 뿔뿔이 흩어져
한 동안 비어 있다가 반역자 무리들이 그림자 계곡으로 모이기 시작했지. 
  산 꼭대기에 [독수리 요새]라는 성채가 있는데 뒷면은 깎아지른 절벽이고
정상에서는 사방이 훤히 내려다보이는 천혜의 요새라 
  쉽게 무너뜨리기 힘들어 다들 탐을 내는 곳이거든."






"그렇다면 지금 그곳에 반역자 무리들이 있는 건가요?"


걱정스러운 블리스의 질문에 반역자 무리들을 쫓아 내고
[독수리 요새]를 점령한 국왕군이 그림자 계곡에 남아 있는 
잔당들을 처리하기 위해 머물고 있다고 했다.



" 아가씨는 왜 위험을 무릅쓰고 그 곳에 가려고 하는 거지?"

블리스는 아버지를 찾기 위해 간다며 그 동안의 여정을 짧게 이야기 해주었다.



어느 새 해가지고 서서히 어둠이 찾아왔는데..

어둠과 함께 갑작스럽게 등장한 무리들은 블리스 일행을 공격하기 시작했다.






그들은 바로 반역자 무리들로 산속에 숨어 지내면서 요새를 탈환하기 위해 기회를 엿보는 한편
지나가는 행인들을 약탈하기도 하였다.
오랜 전투를 통해 단련된 전사들인 그들의 급습에,
익숙하지 않은 산행에 지친 블리스 일행은 힘겨운 싸움을 하게 되었다.

일촉즉발의 위기상황이 전개되면서 위험에 처한 블리스를 구해준 것은
다름 아닌 가면을 벗어버린 가이드 할아버지.






그의 눈빛은 먹이를 노리는 맹수의 눈빛처럼 사납게 변해 있었다.






이윽고 눈부신 솜씨로 그들을 제압한 오마르로 인하여 어느새 상황은 역전이 되어버렸다.
이후 어디선가 나타난 무리들에게 지시를 내리는 오마르. 






"살아있는 자들을 모두 포박하고 도망친 자들 또한 쫓아서 모두 잡아 오도록 하라"


어리둥절한 블리스 일행에게 오마르는 그간의 사정과 상황들을 설명해 주었다.






오마르는 국왕 군의 수장으로 현재[독수리 요새]를 지키면서 산 곳곳에 남아 있는 잔당들을 처리하고 있던 중이었다.







산 지리에 익숙한데다가 신출귀몰하게 치고 빠지는 그들을 잡기 위해 변장을 한 후
마을에서 정보를 수집 중이었던 오마르는
블리스 일행에게 의도적으로 접근했던 것이었다.

일단 블리스 일행의 정체와 목적이 궁금했으며,
밑바탕에는 그들이 미끼 역할을 해줄 수도 있겠다는 치밀한 계산이 깔려 있었다.







할아버지로 변장해 가이드를 하면서 블리스와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던 중
그녀의 정체를 알게된 오마르는 깜짝 놀라고 말았다.

그녀는 그의 은인이자 멘토인 드레이크의 딸이었던 것이다.






10대인 오마르는 암살단원들의 눈에 띄어 [그림자 계곡]으로 납치되어
그들이 제공하는 향락과 약물에 취해
그들이 원하는 대로 암살자가 되었다. 







암살자로서 뛰어난 자질과 더불어 충성도가 높았던 오마르는
암살단원 수장에게 인정받아 그의 오른팔이 되었다.






그러던 어느 날
그렇게 견고했던 천연의 요새는 단 한 명의 첩자로 인하여 보스라의 새로운 국왕에게 함락되고 말았다.







어릴 적 아버지가 암살자에게 살해당한 오마르는 복수를 위해 왕세자와 손을 잡고 암살교단의 첩자가 되어
오래 기간 때를 기다리며 첩보활동을 펼쳐 왔던 것이었다.







그렇게 수백 년을 이어온 암살교단이 무너지고 난 후..






큰 공을 세웠으나 수 많은 살인을 저지른 죄책감에 시달리며 우울증상을 극복하지 못하고 폐인이 되어버린 오마르.







거기에다가 약을 중단하기 시작하면서 금단증상을 보이며
힘겨운 나날을 보내고 있었던 그를 치료해준 것은 다름아닌 블리스의 아버지였다.






그것을 인연으로 오마르와 그는 피를 나눈 형제보다도 더욱 더 돈독한 우정을 나누게 되었다.






오마르와 헤어진 블리스는 이제는 정말 아버지를 만나볼 수 있다는 기대감에 구름위를 걷는 듯 가볍게 산을 내려갔다.

한편, 블리스와 작별인사를 한 오마르는 편지를 써서 전서구를 드레이크에게 보냈다.







친애하는 드레이크

당신의 사랑스러운 딸 블리스를 만났습니다.

블리스는 맑은 영혼을 가진 아름다운 아가씨로 잘 성장했더군요.